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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자영의 금요칼럼]국회무용론(32) 조선일보와 국회의장 김진표가 ‘중립’의 의미를 ‘합의’ ‘협치’ ‘중재’로 변조 왜곡하다

최자영 | 입력 : 2024/05/07 [00:57]

국회의장의 중립은 여야 협의를 강요하지 않는 것
“이재명 대표 극성 지지층” 무시는 국회의장의 중립 의무 위반
국회는 다수결로 민의를 반영하는 곳일 뿐
국회의장이 지도력(리더쉽) 발휘하는 곳 아니다
의원 정성호의 발언과는 달리, 의장은 기계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

해병대 채모 상병 특검법 등 처리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국회의장 김진표가 ‘여야 합의’를 요청하며, 본회의 상정 거부를 시사했다. 그러자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2일 채 상병 특검법이 처리되지 않으면 김 의장의 해외 순방(5.4-18일 예정)에 동행하기 어렵다”고 했고, 민주당 의원 30여 명은 “필사적으로 순방을 저지할 것”이라고 반발했고, 우여곡절 끝에 세월호 관련과 채모 상병 특검법이 본회의에 상정되어 통과되었다.

민주당 출신이지만, 국회의장이라 국회법에 따라 현재 당적을 갖지 않은 김진표는 “한쪽 당적을 계속 가지고 편파된 행정과 편파된 의장 역할을 하면 그 의장은 꼭두각시에 불과할 것”, “요새 너무 성질들이 급해졌는지 아니면 팬덤정치, 진영정치 영향으로 ‘묻지마 공격’하는 게 습관화가 돼서 그런 얘기를 하는 것 같다”, “2002년에 정치 개혁을 하면서 적어도 행정부를 견제하고 비판하고 감독하려면 국회의장은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해서 영국 등의 예를 들어 국회의장이 당적을 안 갖도록 한 것”, “(더불어민주당 소속 차기 국회의장 후보들이) ‘의장이 되면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않겠다’고 공공연히 말하는 데 대해 조금 더 공부하고 우리 의회의 역사를 보면 그런 소리 한 사람 스스로 부끄러워질 것” 등 발언을 했다.(연합뉴스, 2024.5.5.)

그와 유사한 맥락에서 조선일보는 “국회법이 의장의 당적 보유를 금지한 것은 최소한의 균형은 맞추라는 뜻인데 대놓고 무시하고 있다. 지금 민주당은 ‘이재명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누가 의장이 되든 이 대표 극성 지지층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의장이 기본적 협치와 중재 노력마저 팽개치면 국회는 전쟁터가 된다”, “입법 폭주 허가증을 받은 것처럼 행세한다. 차기 국회에선 일찍이 보지 못한 반민주 폭주가 벌어질 것이다” 등 논평을 냈다.(2024.5.2.)

그런데, “국회법이 의장의 당적 보유를 금지”한 이유에 대해서 김진표와 조선일보가 다르게 이해하고 있음을 보게 된다. 김진표에 따르면, “행정부를 견제하고 비판하고 감독하려면 국회의장은 중립을 지켜야”하기 때문, 조선일보에 따르면, “최소한의 균형은 맞추라는 뜻”이라고 하기 때문이다.

김진표는 의장이 당적을 안 갖는 원인 관련하여, “행정부를 견제, 비판, 감독하기 위해 중립을 지켜야 하는 것”이라 보았으나, 조선일보가 말하는 “최소한의 균형을 맞추는 것”은 행정부와의 관계라기보다, 국회 내의 여야간 ‘협치와 중재’에 초점이 가 있다. “이(재명) 대표 극성 지지층의 눈치를 보고, 의장이 기본적 협치와 중재를 하지 않으면 국회가 전쟁터가 된다”라고 하기 때문이다. 조선일보가 “국회가 전쟁터가 된다”라고 한 것은 행정부와의 관계가 아니라 국회 자체의 상황을 두고 한 말이라, 국회와 행정부와의 관계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하겠다.

이런 이해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조선일보와 김진표 간에 공통점이 있다. “편파된 행정과 편파된 의장 역할을 하면 그 의장은 꼭두각시에 불과할 것”이라는 김진표의 발언과, 조선일보가 말하는 “이 대표 극성 지지층의 눈치를 보고, 의장이 기본적 협치와 중재를 하지 않으면 국회가 전쟁터가 된다”는 것이, 표현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결국 같은 본질로 귀결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전자의 “편파된 의장 역할”이란, 후자의 “이 대표 극성 지지층의 눈치를 보는 것”과 상통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진표는 채 상병 특검법 처리를 위해 ‘여야 합의’를 요구했고, 조선일보는 의장이 “최소한의 균형”, “협치와 중재”를 지향해야 한다고 한 것이 같은 맥락에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조선일보와 김진표의 속내를 까보면, 이들이 말하는 ‘합의’, ‘균형’, ‘협치와 중재’는 ‘여야 합의’이며, “이 대표 극성 지지층의 눈치를 보지 않고 무시하는 것”이다.

의장으로서 중립을 지키는 것으로 자처하는 김진표의 논리에 따르면, 다수의 민주당이 소수의 국힘당과 합의하지 않으면, 행정부를 견제, 비판, 감독하려는 중립의 목적을 해치는 것이라는 결론이 도출된다. 김진표의 이 같은 발언은 두 가지 점에서 문제가 있다.

첫째, 논리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국회 내 여야 합의의 유무는, 김진표가 알고 있는 바, 행정부의 견제, 비판, 감독 기능과 무관하기 때문이다. 둘째, 의장이 다수당과 소수당의 합의를 강요하는 것은 중립을 지키는 것이 아닐 뿐 아니라, 다수결의 민주적 원리를 훼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의장이 지켜야 하는 중립은 인위적으로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하의가 상달되도록 내버려 두는 것일 뿐이다. 김진표의 발언은 논리 자체가 뒤죽박죽으로 성립하지 않고, 또 여야 합의의 강요를 중립으로 정당화하고 있음을 노정한다.

조선일보도 김진표와 같은 맥락에서 의장이 편견을 가지고 편파적으로 국회를 운영하도록 강요하고, 그것을 중립으로 간주한다. 조선일보가 말하는 ‘균형’, ‘협치와 중재’란, “이 대표 극성 지지층의 눈치를 보지 않고 무시하는 것”이다. 이때 “이 대표 극성 지지층”은 성향일 뿐, 그 수나 범위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이런 경우, 조선일보의 논리에 따르면, “이 대표 극성 지지층”이 다수를 이룬다고 하더라도, 그들은 무시되어야 한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조선일보의 이 같은 논리는 민주적 다수결의 논리를 정면으로 위배할 뿐 아니라, 헌법에서 보장하는 사상과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 민초는 누구나 다른 누구를 좋아하거나 싫어하거나, 허깨비를 믿거나 믿지 않거나 할 수 있고, 이것은 자유의 영역에 속한다. 이는 국회의장이 나서서 간여할 일이 아니다. “이 대표 극성 지지층”이라고 해서 무시되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조선일보는 “이 대표 극성 지지층”을 무시하지 않으면, 의장이 편파적이 되는 것이라고 했으나 실은 그 반대이다. 국회의장이 “이 대표 극성 지지층”을 무시함으로써, 의장은 중립을 지키지 않고 편파적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조선일보에 따르면, “차기 국회의장 민주당 후보들은 전부 ‘김 의장처럼 하지 않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있다. 추미애는 ‘국회의장이 중립은 아니다’, 조정식은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현안을) 처리하겠다’, 우원식은 ‘민주주의에 중립은 없다’, 정성호는 '(의장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라고 했다 한다.

조신일보는, 이들 국회의장 후보들이 모두 "김 의장처럼 하지 않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있다고 전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이 아니다. 위 전언에만 기초하여 이들을 평가한다면, 이들도 김진표처럼 할 가능성이 없지 않은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조선일보가 전하는바, 정성호가 “(의장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라고 발언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것은 의장이 적극 개입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될 수 있으므로, 지금 김진표같이 ‘협의’를 강요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하겠다. 그러지 않아도 정성호는 여야 협치를 도모하는 쪽에 서 있었던 것으로 회자한다. 이런 정성호의 입장은 마지막까지도 채 상병 특검 본회의 상정을 놓고 ‘여야 합의’를 강요한 김진표의 노선에서 크게 벗어나는 것이 아닌 것으로 평가될 수 있겠다.

그러나, 정성호의 발언과는 달리, 의장은 기계적으로 중립을 지켜야 한다. 국회는 다수결로 민의를 반영하는 곳이지, 위에서 의장이 지도력(리더쉽)을 발휘하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의장은 다수결에 의해 하의가 상달되도록 하고, 다수결로 올라온 의제를 요식절차에 따라 본회의에 회부하는 역할을 할 뿐, 그 이상으로 개입하면 안 된다. 다수결을 무시하고 ‘여야 합의’를 강요하거나, ‘이 대표 극성 지지층’을 무시하거나 하면 중립을 어기는 것이다.

문제는 중립을 지킬 것인가 여부를 의장 스스로 선택하도록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소위원회, 상임위원회 다 거친 것, 혹은 여야 합의 불발로 ‘패스트트랙’을 본회의로 바로 상정되는 안건에 대해, 의장은 기계적으로 본회의에 회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직무유기, 월권으로 문책당하고 응분의 처벌을 받도록 입법 조치할 필요가 있겠다.

더구나, 해외여행을 가니 국회 본회의를 열 수가 없다고 하는 말이 명색이 국회의장인 사람의 입에서 나오지 않도록 원천 봉쇄할 필요가 있다. 한 나라 국회는 국회의장 개인의 전유물이 아니라 공기관이다. 공기관의 장이 자리를 비울 때는, 하시라도 그 기능에 하자가 없도록, 대리인을 지정해야 한다. 이 같은 형식의 절차를 입법으로 갖추지 않은 것은 국회의원들의 직무유기에 해당한다. 하나하나가 헌법기관이라는 국회의원이 국회의장에게 “제발 해외여행 가기 전에 본회의 개최해달라”고 읍소하는 것처럼 우스꽝스러운 풍경이 세상 아무 데서도 연출될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 추미애, 조정식, 우원식이 “중립은 아니다”,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현안을) 처리하겠다” 등 발언한 것은 두 가지로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둘 수 있겠다. 여야 합의의 강요를 중립으로 포장하는 그런 김진표 방식의 중립을 거부한다는 것인지, 아니면 정성호같이 기계적 중립만 지키지 않고 주관적 판단을 개입시키겠다는 것인지는 조금 더 두고 보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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