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의 휴전 권고와 카타르의 중재 하에 진행된 하마스의 휴전 제의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은 휴전은커녕 피난민들의 마지막 보루인 라파를 침공했다. 150만 명의 팔레스타인 난민들은 이스라엘의 폭격을 피해 가자 북부에서부터 가자 지구 최남단인 라파까지 피난을 가야 했다. 라파는 지상 공격을 받지 않은 마지막 도시였으나 이스라엘은 ‘하마스 괴멸’ 핑계로 라파를 포위하고 구호품이 들어오는 모든 경로를 차단했다. 라파 국경 검문소는 전쟁터의 유일한 탈출구이자 인도적 구호품의 유입 경로였지만 그마저 희망을 걸 수 없게 되었다.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구호기구(UNRWA)에 따르면, 지난 한 주 동안 라파에서 최소 60만 명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살기 위해 목숨을 걸고 탈출을 감행했다.
그러나 피난처도, 피난길도 안전하지 않다. 보호책임 글로벌센터(GCR2P)는 가자 주민들에 대한 이스라엘의 강제 대피령이 전쟁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들은 “이스라엘의 연속적인 강제 대피령에 의해 부재한” 안전한 경로와 지역이 확보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5월 6일부터 15일까지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5번의 강제 대피령을 내렸으며, 이로써 전쟁이 시작된 이래로 강제 대피령이 발령된 지역은 가자 지구의 78%가 되었다. 에어드롭과 전단지, 전화로 알아 듣기 힘든 대피령을 받은 주민들이 겨우 라파에서 탈출하면 피난길에 이스라엘군의 폭격을 받고 살해된다. 이스라엘이 지정한 ‘안전지대’인 알-마와시 지역은 심각한 식량, 물, 의약품, 전기, 대피소 부족에 직면하고 있다. 세계식량계획(WFP)은 가자지구의 식량과 연료가 수일 내 고갈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에 900kg의 폭탄을 투하했다. 유엔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파괴된 집들을 재건하는데 최소 16년이 걸리고, 완전한 복구에는 약 80년이 걸린다. 지역 전체가 황무지가 되었으며 대지는 폭발되지 않은 지뢰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팔레스타인의 또 다른 영토인 서안 지구에서도 위협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10월 7일 이후 최소 502명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살해되고 5,000명에 가까운 부상자가 발생했다. 지속적인 도로 봉쇄와 이스라엘군의 공습, 정착민들의 공격 등으로 인해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의료 시설에 접근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MSF)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서안지구 북쪽의 툴카렘과 제닌 지역에 드론 공격을 동반한 공습을 지속적으로 해왔으며, 이로인해 난민캠프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의료시설 접근은 매우 어렵다. 또한, 이스라엘은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 환전소를 습격해 아무런 법적 절차와 근거 없이 100만 달러를 압류했다. 이러한 습격은 서안지구의 곳곳에서 보고되고 있다.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 난민들은 가자 지구의 비극이 그곳에서도 실현될까 봐 두려워하고 있다. 국제 사회는 이스라엘의 라파 공격을 한 목소리로 규탄하고 있으며, 유엔을 비롯해 전 세계는 지금 ‘인도주의적 휴전’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지난 5월 16일(현지시간) 국제사법재판소(ICJ)에 가자지구 라파 공격 중단을 이스라엘에 즉시 명령해달라고 촉구했다. 미국 역시 이스라엘이 라파에 전면적인 공격을 시작한다면 더 이상 공격용 무기를 보내지 않겠다고 밝히며, 2천 파운드급 폭탄 1천 8백 개를 포함, 3천 5백 개 폭탄을 실은 이스라엘행 선박 출항을 보류시켰다. 그러나 일주일 만에 또다시 10억 달러(약 1조 2천억 원)의 무기를 지원하는 계획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이스라엘은 건국 이래 미국의 최대 누적 군사원조 수혜국으로, 미국은 1946년부터 2023년까지 이스라엘에 총 2,160억 달러의 군사원조를 지원했다. 지난 10월 7일 이후에도 유도미사일 순양함, 구축함 등 해군 함정과 20억 달러 상당의 군수품을 지원했다. 영국과 독일 역시 이스라엘에 군사원조를 제공하며 가자지구 학살에 공모하고 있다. 현재 가자 지구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은 1948년 대재앙의 날, 나크바 그 이상의 집단학살이다. 이스라엘의 라파 공격은 ‘테러 소탕’이 아니라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절멸이다. 지금 전 세계가 팔레스타인의 평화와 자유를 외치며 집단학살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미국 전역의 대학생들은 이스라엘의 후원을 받는 대학과 공권력에 저항해 전쟁범죄에 가담하지 말라고 외치고 있다. 최근 한국에서는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과 1만명의 시민은 HD현대 굴착기가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집을 파괴하는데 사용되는 것을 규탄하며 HD현대가 이스라엘의 전쟁범죄에 가담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이스라엘 전쟁 범죄자들의 집단학살에 대한 책임을 묻는 고발에 5천명이 넘는 시민들이 고발인으로 함께 참여하기도 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이스라엘의 식민주의에 그들의 삶으로, 역사로 저항하고 있다. 오늘은 학살이 자행된 지 225일(5/18 기준)이 되는 날이다. 더 이상의 집단학살은 안 된다. 우리는 76년간의 이스라엘 식민주의를 종식하고 팔레스타인의 해방을 위해 끝까지 함께할 것을 결의하며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저작권자 ⓒ 국민연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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